|
안녕하세요.
먼저 답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답글을 다는 것이 한번의 상담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므로, 일정이 바쁠 경우 답이 늦어질 수 있음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님의 글을 읽다보니 좀더 일찍 '답을 드렸어야 했는데',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님의 말씀대로 17년간의 부부 생활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그동안 고단했던 님의 부부 생활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네요.
남편의 반복되는 외도, 또는 외도의 정황들, 그 와중에서 자녀 양육과 경제활동까지 해야 했던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현재 님이 느끼는 감정은 배신감, 그리고 뒤이어서 허탈감일 것 같습니다.
특히 결혼생활이 17년이시면 이제 적은 나이는 아니실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람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수록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자기 자신에게 '잘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 질문에 어떠한 답을 할 수 있는가에 따라 행복의 정도가 결정이 됩니다.
하지만 님의 상황은 그 답에 긍정적으로 답하기 어려워 보이며, 자꾸 우울해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때문에 님의 질문은 이혼을 할것인가? 말것인가? 의 질문보다는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 라는 질문처럼 보이고
그것에 대한 결정이 매우 중요한 시기처럼 보입니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님과 가족을 행복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해 보이네요.
님께서는 저에게
'이혼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함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문의를 드리는 게 아니라' 라고 말씀하니시
저도 님의 앞으로의 판단들에 대해 세세하게 조언 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큰 틀에서 제가 느끼는 생각을 말씀드려 볼게요
먼저, 남편분의 지난 잘못들은 어찌보면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정도의 것들이네요. 하지만 그것들을 용서했던 이유는
그래도 남편분의 '좋게 기억되는 모습들'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님께서 아팠을 때 곁에서 돌봐주었던 모습 등 입니다.
님의 그러한 선택들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 같았어도 나에게 잘해준 기억이 있는 사람을 쉽게 내치기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모습들을 떠올리며 잘 지내보려고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허락치 않는다고 말씀하지네요.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되시는 것 같습니다. 원래 한 사람을 미워할 때, 완전히 악한 사람보다 양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을 미워할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내마음도 양가적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자신에게 섭섭하게 했던 엄마를 쉽게 미워하지 못하고,
또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서 엄마에 대한 적대 감정을 허용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님의 모습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양가적 감정이 보이네요.
그리고 두 분째로 보이는 모습은 님께서 많이 우울해 지신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남편에게 기대할 것이 없으니
아이만 보고 살아야지. 라고 마음을 먹어도 자꾸 우울해지는 상황인데요.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우울증과 관련있는 감정은 '분노감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타인에 대한 분노감정이 해소할 수 없는 경우, 그 감정이 자신에게 향하여 자신에 대한 분노, 즉 자책으로 바뀌게 됩니다.
혹시 요즘 님의 생각중에 자신에 대한 자책의 말들이 많지는 않으신지요? 저는 지난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책의 말들이 많으실것라
판단이 됩니다. 사람이 자신에 대한 자책이 많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공격한다는 의미이고, 그로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바로 우울감에 빠지게 됩니다. 님께서 최근 느끼는 우울감은, 사실은 남편에 대해 해소되지 못한 분노감이 본인에게 반전되어
생긱는 '반전된 분노감' 처럼 보이네요.
결국 위 두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님께서는 현재, 남편분에 대해서는 양가적인 감정(행복 vs 분노)을 느끼고 계시고,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양가적인 생각(유지 vs 이혼) 들을 가지고 계신듯 하네요.
이러한 혼란들 속에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 즉 분노감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해서 우울감을 느끼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글의 마지막에서, 아이만 보고 살겠다고 하셨는데요. 일단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신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머리로는 양가적 감정 중 '결혼생활의 유지'를 선택했지만,
감정적으로는 '부정적 감정'이 계속 올라오는 상황입니다.
일종의 모순입니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면 긍정적 감정이 필요한데, 자꾸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는 상황이니까요.
결국 결론은 이제는 님의 결혼생활이 유지되기 위해서 님은 계속 우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다 보니 님의 괴로운 상황이 공감이 되네요. 그리고, 그것은 한 개인에게 너무나 가혹해 보이네요.
님께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던 지금의 방식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님께서 제목에 '너무나 겁이 납니다.' 라고 쓰셨는데요.
결국 앞으로 님에게 남은 것은 어떠한 '선택'과 그것에 대한 '책임'에 대한 문제로 보입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무언가 변화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Risk와 불안을 동반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수반합니다.
그 책임이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그 책임에 대한 '불안'을 받아들여 보실 필요도 있습니다.
저는 님의 글 전체에서 굉장히 통찰력있고, 현명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왜냐하면, 님의 전체 글에서 제가 더이상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없이, 님의 상황에 대해 본인 스스로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제 님에게 남은 것은, 깊이있는 분석이 아닌 '선택'과 '책임'의 문제 일수 있습니다.
짧은 글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ps) 위 내용은 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설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 원본 내용 ---------
남편과 17년 살아온 부부입니다. 17년 살아 오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서로서로 대화를 하며 잘 풀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삐걱 거리기 시작하더니 이젠 곪을대로 곪은 곳이 터져 버렸습니다.
남편은 결혼 초 부터 바람끼가 많았습니다. 한 번 술자리를 가지면 기본이 동 틀 때 까지 전화기 마저 꺼놓고 놀았던 적이 부지기수였고 휴대폰에 낮선 여자들과 미팅했던 내용이 담긴 문자들을 보면서도 많이 싸웠더랬습니다. 그러다 제가 큰 병에 걸리고 그래도 남편이 애뜻하게나마 절 위해 곁에 있어 주는게 고마워 다 용서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제 몸 상태가 거의 괜찮아 질 즘에 남편의 행동이 너무나 수상해서 새벽에 들어 온 어느 날 그 사람의 휴대폰을 보고 경악을 하고 말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문자와 함께 함께 있어 행복했었다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문자를 읽어가며 그 사람과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처음엔 소리소리 지르다가 절 달래보다가 안되니 저희 친정에까지 찾아가서 말려달라 애원하며 저와의 결혼 생활을 지속하려 하더군요. 그 때 까지만 해도 전 그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큰 맘 먹고 용서를 하고 함께 가정을 꾸려가며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면 제대로 정리된 가정이 이뤄질거라 여기며 아이를 갖자고 반 애원하다시피 해서 결혼 6년만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전 그 사람이 아이를 낳고 나면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가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아주 어릴 때 부터 원래하던 일을 다 접어버리고 비젼있는 일을 찾아 새로운 대학에 들어가 3년을 공부하고 전 그 동안 가사를 책임지고 아이도 보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생활을 반복하며 살았습니다. 그 힘든 세월도 다 지나가고 이젠 아이가 어였히 초등학교4학년이 되어 혼자 어느정도 유동성있게 행동하게 되니 저 또한 몸이 편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아이가 5살 때 부터 캠핑을 하길 원해 온갖 장비를 다 장만해서 가족캠핑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족 캠핑이 그 사람 혼자 챙기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캠핑은 조금 접고 혼자 다니는 백패킹 동호회를 가입해서 1박2일, 내지 2박3일 동한 산에 다니는 취미를 가지기 시작하더군요. 그 때도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제가 자영업자인데 한달에 첫째, 세째 일요일만 쉬고 나머지 날은 무조건 일을 해야 하는데 그 동안 아이와 놀아주지 않고 무조건 혼자 여행다니기 다반사였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화를 내면 도리이 더 큰 소리를 지르며 집을 나가다시피 해서 여행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근데 2년 전부턴 산악동호회까지 가입해서 더더욱 자주 집을 나가는데 첨엔 남편의 취미생활을 좀 이해 좀 해 주면 안되냐 해서 한 숨 돌이키고 산악회 갈 때 기분좋게 보내주려 했습니다. 근데 1년 전 쯤 제가 일하는 주말에 뜬금없이 "내일 산에 좀 다녀오면 안되겠냐?" 묻길래 화는 났지만 누구랑 가는지 물어 보고 제가 아는 분이 같이 간다길래 믿고 보내주었습니다. 근데 저의 감이 좋질 않아 며칠 후 같이 산행을 했다는 아는 지인분의 아내분에게 그 날 혹시 남편분 산행갔냐 물어보니 그 날 집에서 쉬었고 아이들과 주말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억누르며 그 사람이 가입되어있던 산악회 가페에 가입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정말 상상하기도 싫었던 일들이 그 날 이후 부터 벌어졌습니다. 가입하고 들어가자 마자 남편이 산에 갔다는 그 날의 사진이 올라왔는데 여자2, 남자2 짝을 맞춰 커플로 신불산에서 기분좋게 찍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전 남편이 산행했던 그 날 아이를 데리고 가게에 나가 미친 듯이 돈 번다고 아이도 제대로 못 보고 아이는 게임에만 빠져 있었고....그런 생활을 하며 보냈는데 남편은 저도 모르는 여자랑 어깨동무를 해 가며 희희낙낙거리며 산행을 하고 밤 늦게 돌아왔던 걸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더군요. 모든 걸 알게 된 그 날 저녁 아이를 피신시키고 남편과 둘이 집에서 모든 걸 정리하자고 사단을 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첨엔 큰 소리를 치다가 살살 달래다가 협박하다가...마지막엔 애원을 하며 본인의 소원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게 소원이라는 감언이설로 결국엔 절 설득시키며 절대 이상한 짓 안한다고,,,맹세코 산악회 동료 이상은 아니라는 말로 싸움의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편은 그 여자와 동호회 활동을 같이하고 있고 그 여자가 참석하는 모임엔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으며 얼마 전엔 아들과 같이 지리산 종주를 간다길래 너무나 기특하고 아빠로서 대견해서 칭찬까지 해 주었는데 알고보니 그 꼭두새벽에 그 여자의 차를 타고 아들과 함께 지리산에 갔다는 걸 알고는 눈이 뒤집어 지더군요. 전 이 시점에서 너무나 궁금합니다. 제가 너무 억지를 부려 남편을 옭아 메는 것인지...남편은 절 배려하는 맘으로 일부러 얘길 안했다는데 과연 이 것이 절 위한 배려가 맞는 것인지...전 너무 화가 나는데 싸울 때 마다 남편이 너무 폭력적인데다 언어적인 폭력을 심하게 해서 심적으로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그로 부터 지금까지 근 반년이 지나도록 산악회 문제로 계속 다툼이 생기는데 몇 번을 이혼얘기가 오고가고 극단의 선택이 들어도 결국엔 제 맘 누그러 뜨리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지냈지만...이젠 제가 너무 지쳐서 벗어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남편은 이혼 할 맘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말은 젤 먼저 이혼하자고 하지만 막상 제가 진심으로 받아칠려고 하면 말을 자꾸 돌리는 것이 이혼 할 맘은 없어 보입니다. 근데 이젠 제 맘이 허락칠 않고 있어요. 17년 동안 살았던 시간 동안 행복한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았음에도 전 그 짧은 행복감에 평생을 참아보려 했지만 지금은 앞으로의 시간들을 지금처럼 보낼 걸 생각하니 도저히 용기가 생기지 않아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남편은 왜 멀쩡한 본인을 이혼남 만드냐며 노발대발하는데 제 맘이 도무지 움직이질 않네요. 그저 아이랑 행복할 일들만 생각하고 싶네요. 제가 상담가님께 구질구질한 얘길 한 이유는 저에게 이혼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함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문의를 드리는 게 아니라 저의 심리적인 문제를 알려 달라는 것입니다. 저 또한 문제가 있음을 알기에....제가 자꾸만 우울감에 빠져든다는걸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기에...남편의 모든 것들에 지쳐 버렸습니다. 긴 글이였지만 17년 동안 살면서 극히 일부임을 알아주세요...전 지금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지혜로운 답변 부탁드립니다.
|
상담안내 > 온라인상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