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둔 대표팀에는 몸을 다친 부상 선수 못지 않게 마음에 상처를 입은 선수들이 많다.
수비수 장현수(FC도쿄)와 김민우(상주), 김신욱(전북) 등은 예선 2경기가 끝난 뒤 축구팬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다. 특히 장현수는 2경기 연속 페널티킥골을 내주고 적지 않은 실수를 범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 그는 스웨덴 경기 직후 악플이 쏟아지자 소셜미디어(SNS)를 폐쇄했다.
대표팀이 조별리그 2연패를 당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축구팬과 네티즌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면서 선수들의 멘털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표팀 내에 이를 관리할 전문가는 없다. 팀동료와 코칭스태프의 조언이 심리 치료의 전부다. 다치고 흔들린 마음을 다잡아줄 멘털 전문가의 부재는 경기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장현수는 멕시코전에서 페널티킥을 내준 이후 급격히 멘털이 무너지면서 기본적인 패스 미스를 잇따라 범하는 등 불안함을 노출했다. 신태용 감독은 장현수의 독일전 선발 출전을 고민하고 있다. 역시 비난을 받고 있는 김민우도 자신감을 잃고 위축된 플레이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멘털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크지만 축구대표팀은 러시아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목한 이 부분을 또 간과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무2패로 무너진 2014 브라질월드컵 실패 이후 47명의 전문가들이 5개월 동안 문제점을 분석한 월드컵 백서를 만들었다.
여러 실패 원인이 분석됐는데 백서에서는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며 필요한 것 중 하나로 심리 전문가를 꼽았다. 백서에는 “스포츠 심리 전문가를 팀 내 고용해 지속한 상담으로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기술돼 있다.
축구협회는 스스로의 필요 과제를 알고도 실행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이 월드컵 동안 심리 전문가 부재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F조 상대국인 스웨덴·멕시코·독일은 모두 대표팀 내에 심리전문가를 두고 지원을 받고 있다. 스웨덴 야네 안데르손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도 심리전문가가 오랫동안 팀에 좋은 역할을 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는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 선수들의 안정을 위해 여자 월드컵에서 멘털 전문 코치를 도입한 적은 있지만 남자 대표팀은 아직 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심리 상담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수와 심리전문가가 오랜 믿음을 쌓아 올린 뒤 상담할 때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심리전문 박사가 오랜 기간 선수와 호흡하며 밀착 지원을 통해 2016 리우올림픽 전종목 석권에 큰 힘을 보탰다.
그래서 축구협회도 4년 전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심리전문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스스로 알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지 않은 결과는 지금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양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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