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집단상담에 참가한적이 있는데요.
집단원 중 50대의 상담사분이 "나는 왜 이 나이가 되어서도 죽음이 이렇게 무서운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펑펑 울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는 심리학, 철학, 종교의 영역에서 중요한 테마입니다.
아마 죽음이라는 테마가 없었다면, 종교가 이렇게 부흥하지 못했겠죠?
철학에서도 '존재론'이라는 이름으로 2,500년 동안 이 문제를 다루어 왔습니다.
수많은 이론과 개념들이 나왔죠.
흠... 동양에서는 장자라는 사람은 그냥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으로 삶과 죽음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냥 기가 모이면 생명이 유지되는 것이고, 기가 흩어지면 죽는 것입니다.
만물의 이치가 그러하니 그리 슬퍼할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좀 철학과 티를내서 말해보면 '만물제동'적 사유입니다.^^
그래서 급기야는 자기 아내가 죽었는데도 북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까지 했죠.
흠... 공자는 죽음에 대한 제자의 질문에
'삶도 아직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라고 하면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 공자는 '괴력난신(괴상한 것, 폭력적인 것, 문란한 것, 신비한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공자는 죽음이나 초월적인 것보다는, 현실적인 삶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럼 중국 말고, 인도의 붓다는 어땠을까요?
붓다가 출가하게 된 원인도 생,로,병,사의 문제 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무상, 무아,공,연기법 등을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초탈하는
'대오각성'을 이루어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경험이니까요.
그냥 저는, 저의 일상적인 삶을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고,
그 와중에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갑자기 사고가 나서 내일 죽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고,
이 세상은 그냥 원래대로 잘 돌아갈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죽음이 싹 쓸어갈 것들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으면서,
정작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습니다.
정말, 인간존재의 한없이 초라한 모순적 상황입니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점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 연구하고,
제 각각 다른 답을 제시할까요? 결론은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어느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기억이 나는데요.
살인이 벌어지기 직전의 대화 장면이었습니다.
죽기 직전에 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나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 라고 합니다.
그러자 죽이려는 사람이 '안죽어 봤잖아. 니가 어떻게 알아?' 라는 대사를 합니다.
순간, 그 사이 들어왔던 종교적 교리나 철학은 사라지고 그냥 무서웠습니다.
이게 진실 아닐까요?
사실 죽음이라는 것은 이런 점에서 인간이 깊이깊이 억압시키고 싶은,
'경험해보지 않은 트라우마'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빅터 프랭클은
'우리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하는 것들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라고
했습니다.
이 역시 일견 타당한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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