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의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미국 뉴욕의 아파트로 들어섰을 때 한 남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다짜고짜 흉기로 공격했다. 제노비스는 온 힘을 다해 "도와줘요"라고 외쳤다. 그녀의 비명을 듣고 어떤 집에서는 불을 켜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도망갔던 범인은 다시 돌아와 그녀를 난도질했다.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새벽 3시15분부터 35분동안 제노비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아파트에 울렸지만 잠에서 깬 38명의 주민 중 누구도 나서지 않았고 창밖으로 구경만 했다. 주민 1명이 뒤늦게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숨을 멈춘 뒤였다.
사회심리학자 빕 라타네와 존 달리는 실험에 착수했다. 학생들을 방안에 앉혀놓고 연기를 흘려넣었다. 서로 눈치만 볼 뿐 신고하거나 교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인 경우는 곧바로 뛰쳐나와 신고했다. 제노비스 사건과 유사하게 환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 실험에서도 사람이 많을수록 도움을 주거나 신고하는 비율은 낮았다. 이 이론대로라면 거지들은 행인이 많은 번화가 보다 뜨문뜨문한 한적한 곳에 돗자리를 펴는 게 수입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겠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제노비스 신드롬' '방관자 효과' '책임감 분산효과' 등으로 부른다. 혼자 있을 때는 내가 모든 책임을 지지만 둘이 있으면 2분의 1, 10명이 있으면 10분의 1로 책임감이 분산된다는 것이다. 두 마리 말이 끄는 마차 힘이 한 마리의 말이 끄는 것 보다 두 배가 되지 않는 걸 밝혀낸 사람은 막시밀리앙 링겔만이다. 그는 남자들에게 밧줄을 끌게 하고 힘을 측정했더니 두 명이 끌 때는 혼자일 때의 93%, 세 명일 때는 83%, 여덟 명일 때는 49% 밖에 힘을 쓰지 않았다. 하긴 수레를 끄는 말조차도 옆 말에게 슬쩍 책임을 떠 넘기고 제 힘을 다 쓰지 않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미국 뉴욕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15세 여고생이 또래 5, 6명으로부터 온몸을 무자비하게 집단폭행당하는데도 주위에선 동영상을 찍고 구경만 해 미국 사회가 "시민의식 실종"이라며 충격에 빠졌다. 뉴욕 경찰조차 동영상이 게재된 이후에야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만일 나에게 이런 위기 상황이 온다면?
막연하게 "도와주세요"라거나 "119에 신고해주세요"라고 해서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파란 옷에 안경 쓰신 남자 분! 빨리 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해야 책임감이 분산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물론 이타적 행위가 강물처럼 넘치는 사회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출처 : 국제신문 송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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