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단계-부정의 단계
# 환자는 이렇다
“조직 검사 결과, 암입니다” 의사로부터 이런 통보를 받게 되면 대부분의 환자는 의사의 말을 부정하며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진단이 잘못되었을 거라 생각하며 이 병원, 저 병원을 알아본다.
# 보호자는 이렇게! 이 시기는 환자의 마음이 가장 혼란스러울 때다. 자신이 암이란 사실을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보통은 2~3일, 길게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그 사이에는 가급적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환자의 말에 동의해주는 게 중요하다. 보호자는 ‘나도 당신과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환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암이 분명해 보이는데, 다른 데서 검사 받아보자는 말에 “이제 그만 인정해. 쓸데없이 검사만 자꾸 받는다고 뭐가 달라져?”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말고, “당신 말대로 다른 병원도 한번 가 봐요. 하지만 모든 병원을 다 다닐 수없으니, 한 군데 정도만 더 가보기로 해요”이렇게 공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보호자가 피해야할 말들 “맞다는 데 왜 자꾸 우겨요?”
“어디에 가나 다 똑같지, 다르게 나오겠어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포기하고 그만 받아들여요”
◆ 제2단계-분노의 단계
# 환자는 이렇다 “평생 나쁜 짓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왜 하필 나야?”
“내가 이렇게 된 건 당신이 내 속을 썩여서 그런 거야!”
거의 모든 환자들이 분노와 원망의 마음을 가진다. 자신이 왜 암에 걸렸는지를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원인이나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분노의 화살을 겨누게 된다. 때론 “내가 돈 버는 기계야? 그 동안 당신이 나한테 해 준 게 뭐가 있어” 따위의 저주가 섞인 말들도 할 수 있다.
# 보호자는 이렇게! 환자가 한 번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단계. 하지만 분노의 시간이 길어지면 치료 시간도 길어지고 치료에 들어가도 방해가 돼 좋지 않다. 이때 보호자는 힘들더라도 환자의 분노를 모두 받아주며,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요. 여태까지 내가 다 잘못했어요. 생각해보니 당신에게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제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는 잘할게요. 정말 미안해요.”
환자가 분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호자가 인정하면 환자도 더 이상 분노를 드러내지 않는다. 분노의 단계를 빨리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서 보호자는 ‘모두 내 탓이오’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내가 잘못했다. 더 잘하겠다’고 하면 환자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 보호자가 피해야할 말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당신도 내 속을 썩였잖아요? 당신 같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는 줄 알아요? 하늘이 알아서 벌을 내렸네요.”
“당신이야말로 가족을 그렇게 괴롭히더니 천벌을 받아서 암에 걸린 줄 아세요.”
◆ 제3단계-우울의 단계
# 환자는 이렇다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 않고 혼자 있고 싶어 한다. 가족을 피해 며칠씩 집을 떠나거나 하루 종일 침울한 표정으로 지내기도 한다. 암환자의 우울증은 일반인보다 훨씬 심각해서 때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에 비해 암환자의 자살률이 3배나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보호자는 이렇게! 환자와 같이 있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울할 때는 가만이 옆에 있어주는 것,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 힘이 될 수 있다.
“힘들죠? 당신이 얼마나 힘들지, 나도 조금은 짐작이 되요. 힘들고 아플 때는 언제든 내게 기대요. 옆에서 최대한 도울 테니 우리 같이 극복해요”
되도록이면 보호자들은 환자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이심전심이라는 것을 전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과 대화. 아침저녁으로 잘 잤는지, 기분은 어떤지 등을 챙겨주고 외식을 할 때도 가기 싫다고 하더라도 가급적 함께 동반하는 등 가족의 일원임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당신 없으면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겠어요? 힘을 내세요”, “존경해요. 당신 때문에 행복했어요” 등의 용기의 말은 환자가 우울의 단계를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 보호자가 피해야할 말들 “당신 병원비 때문에 집도 팔아야 해요. 당신은 우리 가족에게 짐스러운 존재에요."
“손님들 오면 그냥 방에 계세요. 아픈 사람이 함께 있으면 손님들도 불편해 할 거에요.”
◆ 제4단계-타협의 단계
# 환자는 이렇다 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본인 스스로도 결론을 내리는 단계다. 환자는 어떤 식으로든 암과 대면을 해야 하고 극복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 극복 의지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 지시나 강요, 충고 같은 말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 때부터는 귀를 열고 마음의 문을 연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환자 본인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활기차 보일 수 있다.
# 보호자는 이렇게!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환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주는 것, 칭찬과 격려, 그리고 위로다.“다른 것도 잘 해내었으니 암 투병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용기를 가지세요.”, “힘들더라도 엄살 부리지 말고 치료를 잘 받아야 해요.”이런 지시적인 말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 보호자가 피해야할 말들 특별히 피해야 할 말은 없다. 환자의 마음이 많이 풀려 있는 단계로 일상적인 말은 크게 주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환자 몰래 다른 곳에서 환자의 얘기를 수근거리는 등의 행동은 금물. 병실 밖에서 얘기를 해도 환자들은 어감, 표정 등을 보며 짐작할 수 있다. △ 출처: 하이닥 △ 작성: 이병욱(대암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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