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신중하게 상담을 해드려야 겠다. 입니다.
글속에서 최대한 글을 간략하게 써서 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시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글을 써주는 저의 입장을 잘
배려해주신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 역시 신중해지네요.
아버지는 오랜 기간 형성된 자신의 가치관이 있고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은 단지 님의
아버지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이시니 당연히 경쟁이 심하셨고,
또한 우리나라 근대화의 주역이시니 자신만의 성공체험과 뚝심도 있으시고, 하지만 IMF라는 시대적 트라우마도 겪어내신 세대입니다.
그러한 세월동안 쌓여온 아버지의 신념, 또는 성격이 쉽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첫 번째 관점은 행동주의적 접근입니다.
행동주의적 접근에서는 깊은 심리적 분석보다는 현재 보이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개입은 환경의 변화입니다.
즉 아버지의 성격이 바뀌길 기대하는 것보다는 동생분의 환경을 바꾸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동생분께서는
아버지와의 접촉을 통해 지속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인데요. 그러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면 아버지와 함께하는
공간(일터), 가정 등이 더욱 싫어질 수 있습니다. 즉 아버지에게 혼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집이나 일터를 가면 자동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먼저 동생분을 집으로부터 분리시켜 보는 것입니다. 복잡한 심리분석이나 통찰이 아니어도, 간단한
환경변화로도 행동이 크게 개선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TV프로그램에서 말썽을 피우던 아니가 상담을 통해 확 바뀌는
경우인데요. 그것은 사실 그 아이의 본래 성격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환경이 바뀐 것입니다.
따라서 동생분께 필요해보이는 첫 번째 환경 변화는 가정에서의 물리적인 분리입니다. 물론 직장에서는 서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자신이 쉴 수 있는 집 정도는 분리시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만난 사장님을 집에서도
만나게 된다면 동생분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 상황일 것 같네요.
다음으로는 동생분 개인의 심리적인 부분인데요. 현재 동생분이 가족외에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은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드네요.
현재 연애 조차 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셨는데요. 만약 가족 외에 타인과이 소통이나 교류가 없는 상황이라면, 동생분이 더욱 힘들어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건강한 사람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들이 있어서 한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쪽에서 그것을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동생분이 고립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없으니 더욱 힘들어 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연애를 안 하는 이유를 “결혼을 하면 본인도 아버지와 똑같게 될까봐 연애를 하는 것 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구요”라고 하셨는데요. 동생분의 힘든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아버지처럼 될까봐 연애를 안한다. 라는 말은 많이 공감이
되지는 않습니다.(물론 저의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오히려 저는 동생분께서 타인과 접촉하는 부분에 있어 어려움이 있으신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할 당시 아버지로부터 꾸중을 많이 들었다고 하셨는데요. 자신의 진로에 대한 좌절과
현재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부분이 동생분의 사회적인 위축감을 만들어 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가설을
이어본다면, 동생분께서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지금의 상황이 힘들고 괴롭기는 하지만 어떤면에서는 안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외부와의 적극적인 접촉은 하지 않아되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동생분이 연애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생분과 함께 탐색해봐야 할 주제는 외부 세계와 ‘접촉의 문제’입니다. 현재 동생분께서
어려워하고 힘든 지점이 아버지와의 관계 뿐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관계 맺기, 또는 접촉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족내의 소통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이 부분은 아무래도 가족상담의 관점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네요.
가족의 하위체계인 부부문제, 부자, 모자관계로 분류해 볼 수 있겠습니다. 각각의 상황에서 어떠한 소통을 하고 계시는지 탐색하고,
개선을 위한 상담을 진행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짧은 글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더불어 형님의 바램처럼 동생분이 하루빨리 평온해 지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ps) 위 내용은 제 임상경험을 통한 주관적인 견해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 원본 내용 ---------
안녕하세요. 저희 가족 관계가 너무 위태 위태한 상황이고, 마음 같아서는 가족 모두가 손잡고 심리치료 등으로 안정을 찾고 싶은 생각이지만 당장은 불가능할 것 같아 이렇게 온라인 상으로 먼저 문의를 드리오니 방향성만이라도 제시해주실 수 있으시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가능한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상담드릴 대상은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막내 남동생입니다.
완벽주의자이시자 그리고 당신 본인이 하시는 부분외에는 주변 사람들의 일은 절대 만족함이 없으신 아버지 - 보수적이시고 여성을 일부 무시하시는 성향에 바른생활 습관을 중시하시고 효심이 깊으신 - 와 자식만을 챙기고 아버지 뒷바라지만 하시면 평생을 지내오신 어머니, 그리고 형과 남동생, 저 이렇게 삼형제가 자랐습니다.
어릴적에는 아버지 성품에 한마디 못하시고 사셨던 어머니와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형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평화로운 집안을 위해서 아버지가 집안일을 하실때나 어떤 도움이 필요하실때면 언제나 제가 자진해서 도와드리면서 지냈었습니다. 그러다 저는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선택을 했고 지금은 해외에 있는 상태입니다. 고백하건데 제 성격상 감당이 안되는 상태까지는 아니였지만 스스로의 생각에 아버지로 부터 벗어나야 살수있을 것 같아 저 스스로의 도피처를 찾았던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형은 늦게나마 결혼을 해서 집을 떠나 살고 있구요.
형과 저는 나이도 40대이고 출가를 한지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보다는 고생하시며 살아오신 당신을 이해하고 만나뵐때면 대화가 단절되는 보수적인 말씀만을 하셔도 그냥 받아드리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뵙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막내 동생입니다.
동생은 저와 6살 터울에 막내였고 어릴때는 제가 아주 예뻐하며 챙겼지만 저와 형이 집을 떠나게 된 후, 언제 호통을 치실지 모르는 아버지로 인해 늘 스트레스를 받고 지내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리고 본인 진로로 고민하는 시기에 늘 꾸중을 들으며 양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 사업에 일손이 모자라 어머니가 힘든일을 도우시는 걸 보나못해 동생이 조금씩 돕기 시작했고 제대로 일을 아버지와 함께하게 된지 5-6년이 되었습니다. 함께 일하는게 얼마나 힘든지를 아는 저로써는 멀리서지만 늘 신경이 쓰였습니다.
중간 과정은 생략하고, 현 동생의 상태는 이렇습니다.
아버지로 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화가 너무 심한 상태이고 가끔은 그렇게 참다가 대드는 경우가 생겼고 지금은 그 수가 늘어나는 상태입니다. 제 생각에 아버지와 일을 할때 늘 극도로 긴장을 한 상태에서 조금의 실수를 하게되면 험한 말씀을 하시는 것을 계속 참다가 결국 방어적인 방법으로 대드는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 같습니다.
연애라도 하고 향후 결혼을 해서 집을 나와서 출퇴근을 하게되면 조금이라도 피난처를 찾게되고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은 하지만 당장에 되는 부분도 아니고 동생 본인이 결혼을 하면 본인도 아버지와 똑같게 될까봐 연애를 하는 것 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아버지와의 마찰이 있었던 날은 울부짖으며 더이상은 못하겠고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고 까지 말하는 동생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어떻게 해야 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는 평생을 그렇게 사셨고 형과 저 그리고 동생이 느꼈던 화가 더 심하셨고 몸도 좋지 않으신 상태입니다. 요즘은 어떤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아버지를 닮아가는 모습도 보이십니다. 아마도 그게 어머니 당신이 포기하는 방법이실 수도 있구요. 그리고 어머니도 아버지와 동생간에 갈등을 늘 불안해 불안해 하시면 힘들게 지내고 계시는 상황입니다.
저희 가족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시작을 해야될까요?
장황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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